원숭이 두창이라 불렸던 엠폭스는 기실 원숭이와 딱히 관련이 없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이 바이러스가 설치류에서 왔을 것이라 추측하면서 WHO도 2022년 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원숭이 두창을 '엠폭스'로 명칭 변경했다.
엠폭스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감염이 확산하면서이다. 국내 발생 현황은 2022년 6월 22일부터 2024년 7월 31일까지 누적 165명인데, 한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엠폭스
엠폭스는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첫 인간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다. 22년 세계적인 유행 전까지는 중앙 아프리카 및 서부 아프리카의 농촌 열대우림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었다.
질병관리청에서 엠폭스 풍토병 국가로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가봉,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콩고, 시에라리온, 남수단, 베냉, 가나 등을 꼽고 있다.
2022년 5월 이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감염사례가 발생하면서 환자가 증가, 발생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엠폭스 설명은 이 정도에서 간략히 마치고 진짜 궁금한 감염경로, 증상, 치료, 백신에 대해 차례로 알아보자.
엠폭스 원인 감염 경로
엠폭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주로 밀접한 접촉이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엠폭스 유행 초기, 남성 동성애자 간에 크게 유행했었다.
1. 직접 접촉
- 피부 접촉: 감염된 사람의 피부 발진, 체액, 딱지 등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 특히 성접촉처럼 밀접한 피부 접촉 시 감염 위험이 높다.
- 체액 접촉: 감염된 사람의 혈액, 타액, 정액, 질 분비물 등 체액과 접촉을 통해 전파.
2. 간접 접촉
- 오염된 물건: 감염된 사람이 사용한 옷, 침구, 수건, 식기 등을 통해 전파. 특히 옷이나 침구 등에서 바이러스가 장시간 생존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3. 비말 전파
- 가까운 거리에서의 비말: 감염된 사람의 기침, 재채기로 발생한 비말을 통해 전파. 하지만 비말을 통한 전파력은 아주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음.
4. 수직 감염
- 임신 중 감염: 임신 중 엠폭스에 감염된 산모가 태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
5. 동물 전파
-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 엠폭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감염된 설치류, 영장류 등의 혈액, 체액, 딱지 등과의 접촉에 의해 전파. 특히 긁힘, 물림으로 인해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엠폭스는 무증상 감염 사례도 보고되는 질병이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데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증상
엠폭스는 평균 1~2주, 5내지 21일 정도 잠복기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초기에 엠폭스는 발열, 두통, 근육통, 오한, 피로감 등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 1~3일 후에 피부 발진이 나타나면서 고유의 특징을 드러낸다.
(위 사진은 위키백과의 사진을 인용했음)
발진은 보통 얼굴에서 시작해 몸 전체로 퍼지며, 특히 손바닥과 발바닥에 많이 나타난다. 발진은 반점이나 구진 형태로 시작하여 수포, 농포, 가피 단계를 거쳐 2~4주에 걸쳐 치유된다.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하는데, 사람마다 정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무통증, 무증상으로 지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아래 BBC코리아의 기사 하나를 첨부한다. 감염되었던 사람의 이야기이다. 참고하시면 좋겠다.
수두와 차이점
수두와 엠폭스는 피부병변의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하지만 수두의 경우 림프절 비대, 손⋅발바닥 피부병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설명으로 일반인이 엠폭스를 변별할 수는 없다. 역시 확실한 것은 병원의 진단이다.
감염 확인 방법
엠폭스 감염이 의심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과 병력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혈액 검사 또는 피부 병변 검체를 채취하여 PCR검사를 시행한다. PCR 검사는 엠폭스 바이러스 DNA를 검출하여 감염 여부를 확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 중 하나이다.
치료법
엠폭스는 대부분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증상 완화와 합병증 예방, 전파 방지를 위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주로 대증치료와 합병증 예방에 중점을 두며, 항바이러스제 투여, 수액 공급, 통증과 피부 병변을 관리한다. 단, 중증으로 이행한 경우 입원 및 집중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항바이러스제로는 테코비리마트, 시도포비르 등의 약물을 이용하며, 피부 병변은 소독과 드레싱 등으로 관리한다. 면역력과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수액을 처방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백신
엠폭스 백신은 엠폭스의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라 증명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3세대 엠폭스 백신인 진네오스를 접종하고 있다.
고위험군에 예방접종을 권장하며, 노출 전은 물론 후에도 예방접종이 가능하다. 단, 후자의 경우 노출 후 4일 이내 접종을 권장한다.
- 고위험군: 엠폭스 발생 국가 방문자, 엠폭스 환자 밀접 접촉자, 의료진 등
예방 수칙
처음, 엠폭스는 성병으로 오인 받아 사회적 혐오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전술했듯, 바이러스가 매개체를 통해 감염되는 일반적인 감염병이다. 그래서 성적인 접촉이 아니라도 감염될 수 있으며, 예방 수칙은 거의 모든 감염병 예방 수칙과 동일하다.
- 손 씻기 철저, 마스크 착용 등의 개인위생 수칙 준수
- 의심 증상 발생 시 즉시 의료기관 방문
- 고위험군 예방접종
-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 피하기
- 엠폭스 발생 국가, 지역 방문 자제
엠폭스 관련 최신 정보 확인 방법
엠폭스 관련 최신 정보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또는 1339 콜센터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이미 코로나펜데믹을 겪어 보았다. 이 시기 깨달은 것은 지나친 방심 만큼이나 해로운 것이 지나친 우려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엠폭스, 제대로 알면 크게 두려워할 것도 아니다. 특히 건강한 성인이라면 더. 게다가 우리나라는 공중 보건과 위생이 상당한 수준으로 감염이 쉽게 일어나지 않으며, 감염되더라도 대응 체계가 잘 정비되어 있어 안심해도 된다.
지나친 건강 염려증은 자칫 스트레스를 높여 되레 면역체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뻔한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은 이런 질환이 발생할 때마다 발생하는 혐오를 경계하자는 취지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증세가 조금 심각한 질병이긴 하지만 감기처럼 대상을 가리지 않는 바이러스의 탓이지 특정 집단, 계층, 취향의 사람 때문은 아니다.
우리는 펜데믹 기간, 지역 혐오, 특정 종교를 혐오함으로써 펜데믹에 쌓인 스트레스를 엉뚱한 데 화풀이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배설 행위는 감염병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 깊은 상흔만 남긴다. 이런 상흔의 후유증은 잘 치료되지도 않는다.
바이러스에는 눈이 없다. 자기가 살 길을 찾아 최선을 다할 뿐이다. 우리가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자연을 극복하고 집단적인 지성과 문화를 꽃 피운 것처럼 저들도 저들 나름의 전략일 뿐이다. 이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혐오라는 반사회적인 질병까지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